
조용한 방에 홀로 있을 때, 혹은 잠자리에 들려고 누웠을 때 갑자기 귀에서 "삐-" 하는 고주파 소리나 매미 우는 소리가 들려온 적이 있는가? 주위를 둘러봐도 소리가 날 만한 물건은 없다. 소리는 오직 내 귀, 내 머릿속에서만 울린다. 바로 '이명(耳鳴)'이다.
한의학에서는 이 현상을 단순한 귀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몸의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전신 경고 신호'로 해석한다.

"귀는 신장(腎臟)의 기운이 통하는 곳"이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신장은 단순히 콩팥이라는 장기를 넘어, 우리 몸의 정기(精氣)와 생명력을 저장하는 에너지 탱크를 의미한다. 젊고 건강할 때는 이 탱크가 가득 차 있어 귀로 가는 영양 공급이 원활하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되거나 과도한 피로가 누적되면 탱크의 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낸다. 이를 '신허(腎虛)'라고 하며, 이때 발생하는 이명을 '신허 이명'이라 부른다.
쉽게 비유하자면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되기 직전, 경고음이 울리고 화면이 깜빡이는 것과 같다. 귀에서 나는 소리는 우리 몸의 배터리가 다 되었으니 제발 쉬어 달라고 외치는 비명 소리인 셈이다.

이러한 신허 이명은 특징적인 타겟층이 있다. 첫째, 갱년기를 겪거나 과로에 시달리는 중장년층이다. 노화로 인해 신장의 진액이 마르면 귀를 적셔주는 영양분이 부족해져 매미 소리 같은 이명이 들린다.
둘째, 출산 후 여성이다. 출산 과정에서 기혈 소모가 극심해지면 일시적으로 신허 상태가 되어 이명과 어지럼증을 겪기 쉽다.
셋째, 밤새 공부하며 체력을 쏟아붓는 수험생이다. 머리는 뜨겁고 발은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상태와 겹치며 집중력을 방해하는 이명이 찾아온다.
신허 이명의 특징은 피곤하거나 신경을 많이 쓴 날 소리가 더 커진다는 점이다. 또한 이명과 함께 허리가 시큰거리고 무릎에 힘이 빠지거나, 소변이 잦아지고 식은땀이 나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는 모두 신장의 기운이 약해졌을 때 나타나는 전신 증상이다.

따라서 치료의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귀 주변의 혈액순환만 시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말라버린 샘물에 물을 채우듯, 고갈된 신장의 정기를 보충하는 치료가 핵심이다. 한약으로 부족한 진액과 원기를 채우고, 침 치료로 막힌 경락을 뚫어 기운을 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명은 불치병이 아니다. 다만, 내 몸이 보내는 구조신호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치료 기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귀에서 낯선 소리가 들린다면, 그것을 단순한 소음으로 치부하지 말라. 당신의 몸이 지금 휴식과 충전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귀를 막으려 애쓰기보다, 내 몸의 배터리를 다시 채우는 일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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