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아 MRI나 CT, 평형기능 검사까지 받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며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복용하지만 환자는 여전히 어지럽고 괴롭다. 꾀병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억울하기까지 하다.
만약 귀나 뇌에 기질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어지러움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이는 '심인성(心因性) 어지럼증'을 의심해야 한다.

심인성 어지럼증은 말 그대로 심리적 요인이 신체 증상으로 발현된 것이다. 이석증처럼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회전성 어지럼증과는 다르다. 주로 구름 위를 걷는 듯 붕 뜬 느낌(부유감), 몸이 흔들리는 느낌, 머리 안이 꽉 찬 듯한 멍한 느낌이 하루 종일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어지럼증의 근본 원인을 '심화(心火)'와 '간화(肝火)', 즉 넓은 의미의 화병(火病) 범주로 해석한다. 뇌와 귀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 억눌린 분노, 만성적인 불안이 해소되지 못하면 교감신경이 과항진된다. 이때 발생한 뜨거운 열기(화)가 위로 솟구쳐(상열), 머리와 귀의 압력을 높이고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을 예민하게 만든다. 엔진이 과열된 자동차가 덜덜거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심인성 어지럼증 환자들은 단순히 어지러움만 호소하지 않는다.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림, 불면증, 소화불량, 목과 어깨의 단단한 뭉침 등 자율신경 실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마음의 불균형이 전신의 신체 증상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질환은 어지러움 자체를 억제하는 약물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요원하다. 불난 집에 부채질을 멈추고 물을 뿌려야 하듯, 항진된 교감신경을 안정시키고 몸 안에 쌓인 열을 내려주는 치료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의원에서는 '청열(淸熱)'과 '안신(安神)'을 치료의 핵심으로 삼는다. 환자의 체질에 맞춰 막힌 기운(기울)을 풀어주는 침 치료와, 심장의 기능을 튼튼하게 하여 뇌의 과민성을 낮추는 한약 처방을 시행한다. 이는 뇌 혈류 순환을 돕고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아주어, 어지럼증뿐만 아니라 동반되는 불안과 불면까지 호전시키데 도움될 수 있다.
검사상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환자가 느끼는 고통이 거짓인 것은 아니다. 마음의 병이 몸을 흔들고 있다면, 귀가 아닌 '사람'을 보는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낫지 않는 어지럼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이제는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구조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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